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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새로워지는 어제, 북촌

포스코ICT 2014. 3. 18. 11:31

나날이 새로워지는 어제, 북촌

 

 

북촌은 현대도시 서울의 뒷마당에 은일하게 자리한 ‘과거’다. 조선의 궁궐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서, 600여 년의 세월 동안 양반 사대부가의 주거지를 이루었던 곳. 근대화의 시기를 지나며 오밀조밀한 도시형한옥지대로 바뀌었다가 한때는 반 가까이 허물려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북촌가꾸기 사업 이래, 이제는 거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계동코스, 가회동코스, 원서동코스라는 이름으로 나뉜 역사문화체험의 장으로, 나날이 새로워지는 ‘어제’를 보여주는 중이다.

 

 

 

 

어깨를 견 지붕들

 

원경에서 내려다 본 북촌의 기와지붕들은 서로 어깨를 견 듯 처마를 잇대고 있다. 어쩌면 저 거대한 스크럼이, 반 가까이나 한옥들이 허물려 나간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낸 힘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지붕과 골목 틈새로 목련 꽃 피워 올린 봄날의 풍경도 벅차지만, 흰 눈에 덮여 너와 나의 구분 없음이 완연해지는 겨울의 풍경 또한 느껍다.

 

 

 

 

일상과 특별한 순간의 교차

 

멀리 일본에서 관광 온 가쯔꼬 씨도, 대구에서 동호회원들과 ‘출사’를 나온 김현관 씨도, 모두가 똑 같이 ‘아아’하고 감탄사를 발하는 북촌의 풍경. 긴 오르막 좌우로 오롯하게 한옥들이 늘비하다가 길이 소실점을 이루는 곳에서 골목이 에돈다. 트여 있음에도 마음이 한없이 아늑해지는 공간이다.

 

 

오죽하면 길 위에 ‘포토 스팟(Photo Spot)’이라는 표식까지 되어있을까.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왁자하게 지나간 뒤, 이번에는 골목 가득 삶의 풍경이 채워진다.‘딸기, 시금치, 다시마가 왔어요.’ 야채트럭이 골목에 든 것이다. 삐걱, 나무대문이 열리면서 한옥채의 안주인이 나온다. 반가운 안부인사와 가벼운 가격 실랑이가 오가고, 이윽고 청정한 울진 바다에서 막 건져 올렸다는 팔팔한 다시마 한 꾸러미가 일천 원에 거래된다. 트럭이 골목 언덕배기로 채 꼬리를 감추기도 전에,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입장한다. 이 골목에서는, 북촌에 사는 이들의 일상과 북촌을 구경 온 이들의 특별한 시간이, 하루에도 수십 번 교차된다.

 

 

 

 

채로운 한옥의 변주들

 

불편함까지 옛 방식 그대로 떠안고 사는 대신에 현대적 편리성을 높인 한옥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지면서, 한옥을 외면했던 사람들의 시선도 고쳐졌다. 하나 둘 북촌의 한옥으로 사람들이 깃들면서 한옥동네까지 되살아났고, 점차 한옥이 주거공간으로서뿐만 아니라 장점을 살려서 잘 고치면 여러 용도로 새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데에도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로써 상업공간으로, 문화공간으로 다채로운 한옥의 변주가 시작되니. 북촌에 자리한 북촌문화센터, 동림매듭박물관, 가회박물관 등이 그들이다. 

 

 

 

그 중 가회동의 ‘e믿음치과’는 한옥의 쓰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돌에 새겨진 병원 이름과 ‘이 해 박는 집’이라는 나무간판이 대문 앞에서 공존하듯, 첨단 의료기구와 전통의 한옥 건축이 어우러진다. 최첨단 디지털 모니터가 달린 진료의자에 누우면 고른 치열처럼 조르라니 줄 맞춰 선 서까래들에 눈이 닿는 것이다.

 

 

 

집 안에서 자연의 기척을 느끼다

 

가회로 1길에 자리한 ‘아름지기 한옥’. 아름지기는 한옥을 지키고 되살리는 일에 힘을 모두고 있는 시민단체로, 한때 아름지기의 사옥으로 쓰였던 이곳은 한옥에 관심을 갖고 북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사람을 안아 들일 듯한 대문을 밀고 문설주를 넘어서면, 댓돌 위에 나란한 검정고무신이 마음을 담박하게 한다네모난 땅과 네모난 하늘이 서로 조응하는 뜰.

 

 

네모 낳게 뚫린 중정 사이로 새들이 날면, 마당에 새 그림자들이 수묵화처럼 머물기도 한다. 집안 어느 곳에서나 문 하나만 열면 자연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한옥의 정취를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 북촌 한옥들을 밖에서만 보고 난 아쉬움을 이 아름지기 한옥에서 달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