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우리에게 준 값진 선물

포스코ICT 2017.11.28 10:09

 

 

바둑에서 프로 9단을 ‘입신(入神)’이라 부른다. 신의 경지에 이른 바둑이라는 뜻에서다. 그래서 그들은 신과 바둑을 두어도 흑 선이면 해볼 만하다고 자신하곤 했었다. 그런 국내외 바둑의 입신들이 ‘알파고’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알파고는 신은커녕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조금 과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이제 프로 9단은 알파고에 3점 접바둑이라는 자조의 소리도 들린다.

 


 

"우리의 기존 관념·가치관·사고방식이 

모두 틀릴 수 있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프로기사들이 놀란 것은 알파고가 계산을 잘하고, 수읽기에 능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진정 놀라게 한 것은, 신의 경지라고 자부하던 프로기사 입장에서 절대 두어서는 안 되고 상식 밖이라고 여겨왔던 수들을 알파고는 두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알파고가 옳았고 프로기사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는 2000여년의 바둑 역사를 통해 신념처럼 여겨져 왔던 바둑을 잘 두는 방법론에 틀린 게 많았다는 얘기다. 

 

알파고의 새로운 버전인 ‘알파고 제로’는 더 뛰어나다.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을 배우면서 바둑을 익혔고, 알파고 제로는 그런 선입견 없이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바둑의 기본 원리만으로 바둑을 익혔다. 그런데 선입견 없는 알파고 제로는 선입견 있는 알파고에 백전백승이다. 알파고는 인간 바둑의 흉내에서 탈출해 인간을 넘어섰고, 알파고 제로는 인간 바둑의 개념에서 탈출해 알파고를 넘어섰다. 위의 두 가지 현상초월을 달리 말하면, 그간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많은 믿음이 도리어 벗어나야 할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단지 바둑에만 국한된 일일까? 바둑 같은 수리적 게임에서조차 이렇다면, 복잡한 정치·경제·사회의 영역에서는 훨씬 더 그럴 것이다. 알파고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값진 선물은 인공지능으로 뭘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관념, 가치관, 사고방식 등이 얼마나 많이 틀릴 수 있는지를 지적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그냥 옳다고 믿고 있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말아야"

 


예를 하나 들어보자.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시장 조사를 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 같으면 소비자의 의견을 물어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세심하게 파악해 친절하게 그들의 요구사항을 신제품에 반영한다. 그러나 그는 “소비자에게 물어보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을 개량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에디슨이 시장조사를 해서 전구나 축음기를 만들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그렇게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를 했더라면 더 밝은 등불을 만들었을 것이고, 더 좋은 마차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획기적인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것들이다. 일본 경제학자 노나카이쿠지로는 저서 『씽크이노베이션』에서 “시장 데이터는 ‘시장의 결과론’, ‘백미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냥 옳다고 믿고 있는 시장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이다.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기존 패권에 종속"

 


마차에서 자동차로의 변화에 대해 한 발짝 더 나아가 보자. 사람들은 자동차의 미래는 자율주행차라고 간주한다. 그런데 왜 주행차이어야 하는가? 하늘을 나는 비행차이면 어떤가? 드론 기술이 발달해 자율비행은 이미 가능한 상태이고, 인간 무게를 받칠 수 있는 추진력만 있으면 비행차가 가능해진다. 최근 그런 소형 추진 엔진이 개발됐다. 그렇다면 이제 자율주행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율비행차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때이다. 그러면 ㎞당 수십억씩 들어가는 차도를 건설할 필요 없고, 차도가 있는 곳은 쾌적한 공원이 될 수도 있다. 꿈 같은 이야기라 단정하지 마라. 알파고도 수년 전에는 꿈 같은 이야기였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많은 고정관념은 틀릴 수 있다. 알파고가 우리에게 준 이 값진 교훈을 인식했다면, 이제 그런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탈출해 기존의 프레임을 깨고 나올 차례다. 기존의 프레임 아래에서는 기존의 패권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새로운 패권을 가지려면 이를 깨고 나와야 한다. 



<글 :  포스코ICT 대표이사 사장 최두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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