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멍석만 깔고, 춤은 민간이

포스코ICT 2017.05.16 18:15

 

 

사람은 태어나서 유•소년기, 청년기, 장년기의 단계별 성장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마다 성장 내용이 다르고, 부모가 해야 할 역할도 다르다. 유 •소년기에는 부모에 의존해 성장하고, 청년기에는 의존보다는 가이드를 받아 성장한다. 장년기가 되면 독자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유•소년기에 부모의 지원이 모자라면 올바른 성장이 어렵지만, 청•장년기에는 부모의 과도한 지원이 도리어 성장에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청장년기에 들어선 국가•민간 경제" 



기업도 마찬가지로 단계별 성장 과정을 거친다. 스타트업에서는 기술개발을 포함한 경영 전반을 최고경영자(CEO)가 챙긴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영업과 마케팅 같은 대외적인 부분을 CEO가 챙기고, 다른 부분은 전문 임원에게 위임하게 된다. 나아가 대기업이 되면, 비전과 전략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 CEO가 집중하게 된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 에드거 샷인 교수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CEO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초기에는 창업자가 자신의 가치와 철학에 따라 모든 경영을 직접 챙겨야 하지만, 성숙기에는 그 환경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의 성장은 어떨까. 국가 경제도 성장 초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산업 전반의 모든 것을 챙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산업 기반이 전무했기에 정부의 이러한 역할이 더욱 필요했다. 이런 역할을 정부가 잘해 주었고, 그것이 효과를 발휘해 우리는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렇게 국가 경제의 유•소년기를 성공적으로 거쳤다면, 이제 청•장년기에 접어든 국가경제를 위해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일까?

 

 


"유아기 성공패턴 더 이상 안 통해"



앞서 사람이나 기업의 예처럼, 국가 경제도 발전하는 생물이다. 아이가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고,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되는 것처럼 국가 경제도 성장한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면 민간영역도 함께 성장한다. 국가경제가 청•장년기에 들어서면 민간영역도 효율성, 경쟁력, 예지력 등에서 정부에 뒤지지 않는다. 분야 별로 더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성도 갖추고 있고 우수한 인재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관성에 따라 국가경제 유•소년기의 성공 패턴을 청•장년기에도 그대로 가져가겠다면 이는 도리어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잘못하면 다 큰 아이에게 젖 물리는 꼴이 되고, 다 큰 성인에게 일일이 간섭하는 꼴이 된다. 젖 먹고 자라는 아이나 부모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걱정거리로 남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뉴노멀 시대, 정부주도 성장은 한계"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이 대두되었을 때도, 자율주행차가 주목을 받으면서도 정부가 앞장서 이것들을 민간에 일일이 지도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 10월 정부 주도로 7개 민간 기업이 투자해 만든 한 AI연구소는 시작도 제대로 못해본 채 기능이 유실됐다. 정부가 기업을 독려한다고만 해서 일이 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서도 이런 모습이어서는 곤란하다.이 시대에 맞는 정부의 역할은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어떤 기본적인 것이 잘 돌아가도록 만들어 주는, 소위 플랫폼(Platform)을 만들어 주는 역할이다. 그 플랫폼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앱•App) 같은 것을 만들어, 춤을 추는 것은 민간의 역할이다.

 

 

"국가 경제도 민간에 맡길 건 맡겨야"

 

 

정부는 멍석을 깔아 판을 벌여주고, 민간이 모여 신바람 나게 춤을 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춤을 출지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 멍석 위에서 춤추는 민간이 적다면 멍석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따져서 유인 요건을 만들어야지, 단기에 성과를 얻으려 정부가 춤까지 추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저성장의 ‘뉴노멀 (New Normal)’ 시대다. 이 시대에서의 성장은 정부 주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민간의 창의적 노력의 산물이다. 이런 단계에 걸맞지 않은 정부의 간섭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의 청•장년기 성장에 부모가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되듯이, 국가 경제도 민간에 맡길 것은 맡겨야 한다. 잘 만들어진 멍석 위에서, 창의력을 기반으로, 신나게 춤추는 민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  포스코ICT 대표이사 사장 최두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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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스코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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