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간의 친구인가 적인가

포스코ICT 2016.03.07 10:40



 3월9일 인간과 컴퓨터의 자존심을 건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바둑판을 사이에 놓고 실력을 겨룬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바둑에 친숙한 한국•중국•일본에선 TV 중계도 한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이번 대국에선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언젠가 알파고가 이길 것’이란 명제엔 모두 동의한다. 즉 컴퓨터가 사람을 꺾는 것은 시간 문제란 얘기다. 구글은 “알파고가 최근 4주간 100만번의 경기를 소화했다”고 밝혔다. 보통 바둑기사가 1년에 1000번의 경기를 치른다고 한다면, 알파고는 불과 4주만에 1000년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잠도, 밥도 필요없는 컴퓨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인간의 뒤를 쫓고있는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5년 뒤 바둑의 세계 최고수를 꺾을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이번 대국의 결과와 무관하게 최종 승자는 ‘구글’이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 100만달러(약 12억원) 상금을 걸었지만, 이미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선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공지능 면에서 구글 못지않게 훌륭한 성과를 내온 기업들이 많은데, 마케팅에선 역시 구글에 못 당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대국이 단순히 ‘재미난 이벤트’ 같지만, 사실은 인공지능(AI)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음을 알리는 두려운 서막(序幕)이기도 하다. 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1997년), 퀴즈 챔피언(2011년)도 꺾었지만 바둑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처럼 여겨졌다. 바둑에서 둘 수 있는 착점(着點)은 361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이다.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다. 알파고는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추론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2500여년 역사를 가진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인간의 게임 ‘바둑’마저 이제 컴퓨터에게 정복당한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공상영화 속 단어’는 어느덧 우리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와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꼽는 ‘무인차(無人車)’ 출시 시점은 2020년이다. 불과 4년 뒤다. 다음 번 차를 바꿀 때는 무인차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무인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연방법률에 규정된 ‘운전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적용돼 온 ‘운전자=사람’ 공식이 깨진 것이다.


전 세계인과 가장 친숙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페이스북에도 ‘인공지능’이 점차 적용되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인식하고, 개개인이 좋아할만한 글을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이용자와 채팅하고, 궁금한 것을 답해주는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비서 서비스 ‘M’도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험 서비스 중이다. 구글의 사진 서비스 ‘구글 포토’는 사진 속 피사체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는 물론 어느 종(種)의 고양이인지까지 정확히 분석해낸다. 수억여장의 고양이 사진을 학습해 각 종의 특징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처럼 추론•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스마트폰의 각종 앱에도 인공지능은 이미 침투해있다.





중국 한 위성방송의 뉴스에는 MS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상 리포터 샤오빙(小氷)이 등장한다. 샤오빙은 17세 소녀의 목소리로 “내일은 스모그가 있으니 외부 약속을 잡지말라”고 말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개인 계정까지 운영하며 팬들을 관리한다. 국내 경제매체인 파이낸셜뉴스는 서울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로봇기자’를 개발해 증권 기사 작성을 맡기고 있다. 포털에서 ‘로봇저널리즘’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로봇 기자 ‘IamFNBOT’이 실제로 쓴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친구처럼 느껴지지만, 적(敵)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누구보다 컴퓨터, 인공지능을 잘 아는 IT 전문가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 기술은 훗날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인간이 신이 될지, 인공지능의 애완동물이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고,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에겐 당장 윤리(倫理)가 없다. 무인차가 달리는 도중 갑자기 도로에 10명의 사람이 도로에 뛰어드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운전대를 틀면 운전자는 사망한다. 무인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프랑스 툴루즈경제학교 장 프랑수아 보네퐁 교수가 작년 10월 온라인 과학저널 ‘아카이브’에 게재한 논문의 내용이다. 보네퐁 교수는 이 상황을 400여명의 사람에게 보여주고, 무인차가 해야할 행동을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운전자를 희생하는 쪽에 표를 던졌다. 10명의 희생보다는 한 사람의 희생이 낫다는 도덕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결국 ‘인명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무인차 프로그램을 짤 경우, 무인차 구매자는 최악의 경우 자신을 죽이라고 프로그램된 차를 사게 되는 셈이다. 무인차 상용화가 머지 않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산업 현장에도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로봇 역시 마찬가지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길거리에 커다란 맨홀 구멍을 낸 뒤, 사람이 다가서면 이를 밀어내는 로봇을 영국 연구팀이 만들었다. 인간 모양을 한 더미(dummy•모형)가 다가서면 로봇은 달려들어 사람을 밀쳐냈다. 그런데 두 개의 더미가 동시에 다가서자, 로봇은 어느 쪽을 먼저 구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멈춰버렸다. 두 개의 더미는 동시에 맨홀에 빠져 버렸다. 사람이 어린이 혹은 여성을 먼저 구하라고 세세하게 입력해주지 않는 이상 로봇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 구하지 않은 다른 한 명이 죽으면 로봇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무인차 운전자가 죽었을 때 인공지능에게 소송을 걸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도전하는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질문에 직면해있다.






< 글 : 조선일보 박 순 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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